#48 그때 그때 하고 싶은 음악, 그게 바로 검정치마 | POTM
2021.10.042011-08
인터뷰
지난 2008년 1집 [201]을 발표하고 그해 '최고의 신인', '국내에서 들어보지 못한 세련된 사운드와 독특한 가사를 들려주며 짠! 하고 나타난 검정치마. 그 후 2집 음반을 발매하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그 동안 미국에도 다녀오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으며 좀 더 어른이 된 것 같다 말하는 그. 느릿한 말투와 표정은 여전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키가 한 뼘은 자란 듯이 느껴진 것은 오랫동안 그의 무대를 그리워했기 때문일까요? 늘 새로운 것,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그때 원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바람. 8월 potm의 주인공, 검정치마와 나눈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민트페이퍼] 지난 BML2011에서도 만났지만 인터뷰는 민트브라이트에서 만난 후 3년만이에요.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미국에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검정치마] 많은 분들이 제가 3년 내내 미국에 있는 줄 아시더라고요. 계속 미국에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작년 4월에 가서 올 1월에 왔어요.
[민트페이퍼] 미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요? 공백기 동안 검정치마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검정치마] 음반 작업도 하고요. 미국에 간 가장 큰 이유는 그리움이었어요. 아무래도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그곳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그립더라고요. 데뷔하기 전처럼 지냈어요. 먹고 싶은 것 먹고 친구들 만나고...
[민트페이퍼] 그럼 이제 한국에서 계속 생활할 예정인가요?
[검정치마] 당분간은 꽤 오래 머물 예정이에요. 앞으로는 음반 작업도 한국에서 하게 될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요즘 연일 화제에요.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 페스티벌은 물론 얼마 전에는 9시뉴스에 보도되기도 했고요. 세간의 주목을 받는 기분이 어떤가요? 한편으로는 조용히 지내오다 이런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검정치마] 관심 자체가 부담스럽기보다는 스케줄이 좀 많아서 시간적인 면에서 부담이라면 부담이겠죠. 그런데 남들에 비해서 사실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에요. 2집 농사지었으니 수확하는 느낌이에요.
[민트페이퍼] 그 표현 좋은데요?(웃음) 방금 이야기했지만 휴일씨에게 음악 외적으로 해야만 하는 여러 활동들이 편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검정치마] 어렵지는 않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방송이나 무대에 설 때 제가 떠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전 방송울렁증 같은 것은 없거든요. 다만 자주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니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을 뿐이지, 긴장하거나 떨지는 않아요. 인터뷰나 다른 활동들도 마찬가지고요.
[민트페이퍼]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나가고 스케줄 관리하는 것도 혼자 하시잖아요. 결국에는 본인이 다 체크해야하는 건데 그런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검정치마] 도기리치에서 매니지먼트를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리고 이것도 음반활동 할 때 잠깐인 거잖아요.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더 못하니 하는데 까지 열심히 하려고요.(웃음)
[민트페이퍼] 2집 이야기를 해보자면 1집에 비해서 좀 더 차분하고 서정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요.
[검정치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제가 해온 음악과 많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어요. 2집을 내기 전에 비공식적으로 발표한 데모 음반도 실은 1집 전에 만들었거든요. 아무래도 듣는 분들에게는 1집의 기억이 제일 오래 남아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늘 하던 음악이고 이번에는 좀 더 재밌게 해보고 싶었어요. 그 정도?
[민트페이퍼] 항상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가요?
[검정치마] 색깔을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나중에 말도 안 되는 장르를 가지고 한다고 해도 '검정치마는 원래 저러니까'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하게 하고 싶어요.
[민트페이퍼] 앨범명을 트위터로 처음 공개한 것을 봤어요. 앨범 커버도 파도와 연관이 되어 있고, 특정 의미를 전달하려는 시도처럼 보였어요.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에서 'Baby'는 저를 걱정해주는 사람들, 팬들을 지칭하는 거예요. 그들에게 '괜찮아, 그저 수영하고 있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거죠.
[민트페이퍼] 그런데 앨범 커버는 파도에 배가 표류해하고 있는 모습이잖아요.
[검정치마] 네, 앨범 자켓을 다 펼쳐야 전체 그림을 볼 수 있어요. '걱정하지마'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제 안에 있는 불안감을 같이 표현하고 싶었어요.
[민트페이퍼] 1집 활동 이후 홀로서기의 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쉽지만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 시간이 아티스트 검정치마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검정치마] 어떤 큰 의미를 두기보다는 인생사의 한 부분인 것 같아요. 그때는 저도 많이 어렸었고, 어른이 되는 과정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시간이 제일 좋은 약인 것 같아요.
[민트페이퍼] 2집은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검정치마] 회의감과 절망감에 젖어 만들었죠.(웃음) 그때가 쉽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가사나 멜로디에서도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아요. 깔끔하게 떨어지는 사운드는 아니지만 좀 더 빈티지하고 따뜻한 느낌을 내고 싶었어요.
[민트페이퍼] 평소 얽매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목이 졸리는 티셔츠도 싫어하고, 답답한 것도 싫어하고, 소식하고 이런 것들이 휴일 씨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음반 작업할 때도 예민한 편인가요?
[검정치마] 네, 빡빡한 것 안 좋아해요. 티셔츠도 그렇고...(웃음) 1집 때는 제가 원하는 데로 컨트롤을 하려고 했는데, 2집 때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버리고 여유롭게 하려고 했어요. 녹음해주는 친구들을 신뢰하며 진행했죠. 많은 분들이 제가 예민하다고 생각하는데 세심한 부분들은 있지만 까탈스럽거나 신경질적인 성격은 아니에요.
[민트페이퍼] 좀 다른 이야기인데, 지하철만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트라우마가 있다든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검정치마] 자동차를 아예 못 타지는 않고 잘 안타는 편이에요. 웬만하면 지하철을 타려고 하죠. 멀미가 심하고, 답답하고 좁은 공간을 싫어하거든요. 그래서 엘리베이터도 잘 안타요. 그런데 또 제가 직접 운전하는 것은 괜찮아요.
[민트페이퍼] 그럼 지하철 타고 다닐 때 뭘 하나요?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지, 아니면 사람 구경을 하는지 갑자기 궁금하네요.(웃음)
[검정치마] 얼마 전까지는 음악을 들었는데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로는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있어요. 처음에는 누르는 느낌이 없어서 싫어했는데 알고 보니 신세계더라고요. 제가 좀 구닥다리인 면이 있거든요.(웃음)
[민트페이퍼] 평소에는 주로 뭐하세요?
[검정치마] 영화보거나 TV보고 남들과 비슷해요. 아! 강아지 '멍멍이'(조휴일의 강아지 이름)랑 주로 놀아요.
(자신의 휴대폰에 있는 멍멍이의 사진을 자랑스럽게 보여줍니다.)
[민트페이퍼] (멍멍이 사진을 보고) 아주 잘생겼는데요? (웃음)
[검정치마] 그렇죠? 친구들이 천정명 닮았다고 했어요.
(순간, 조휴일씨의 눈빛이 반짝입니다. 꼭 아들 자랑하는 엄마 같았다고나 할까요?)
[민트페이퍼] 요즘 공연할 때 쓰는 선장 모자 있잖아요. 어디서 구입한건가요? 팬들도 많이 궁금해 하는 것 같더라고요.
[검정치마] 굳이 밝히고 싶지는 않네요.(웃음) 홍대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에서 샀는데 아무도 모르시네요. 심지어 체인점인데... 여기까지만 할게요. (웃음)
[민트페이퍼] 무대 설 때 옷이나 컨셉을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 모자를 쓰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유용하게 잘 쓰고 있나요?
[검정치마] 네, 아주 좋아요. 그런데 이것도 한번뿐이겠죠. 여름이 지나면 못 할 테니까요.
[민트페이퍼] 예전에 라이브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시 ‘스튜디오 뮤지션이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라이브를 즐기게 됐나요?
[검정치마] 공연 자체가 어렵거나 싫어서는 아니었어요. 1집 녹음을 했던 친구들과 라이브를 하는 친구들이 다르니까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맞춰가는 것이 쉽진 않았거든요. 거기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었죠. 그런데 앞으로는 한국에서 음반 작업을 하려고 하니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수월해 질 것 같아요. 공연하는 것 좋아해요.
[민트페이퍼]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제 2집을 발표했고, 데뷔한지도 3년이 지나 신인이라는 수식어도 뗐는데, 앞으로 아티스트로서 검정치마는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가요?
[검정치마] 굳이 정해놓고 싶지는 않아요. 그때그때 다르겠죠? 제가 처한 상황이나 환경은 계속 바뀔 테니까요. 장르나 분위기도 계속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영상인터뷰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01. 이별노래
02. 무임승차
03. Love shine
04. 외아들
05. International Love Song
06. 날씨
07. 아침식사
08. 음악하는 여자
09. 젊은 우리 사랑
10. Ariel
11. 기사도
12. 앵무새
검정치마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2011)
검정치마의 1집은 비유하자면, '파레르곤'(Parergon, 주변적인 것) 같은 음악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림의 밖에 있으면서도 그림의 안에 영향을 끼치는 액자처럼, 검정치마의 음악은 대한민국이라는 영토 밖에서 탄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쪽에 위치한 에르곤(Ergon, 본질적인 것)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전달해줬다. 미국의 도시들을 떠돌며 녹음한 데뷔작 한 장으로 검정치마는 단번에 '인디의 현상'으로 떠올랐고, 무려 2만장에 달하는 높은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러니까 앨범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동시대 서구 인디록의 트렌드를 한국어로 이식한 최초의, 완벽한 성공사례라는 점에 있었던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검정치마는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자랐던 재미교포 조휴일의 원 맨 밴드. 기타를 독학으로 배우고, 미국인 친구들과 아마추어 밴드를 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웠던 그는 어느 날, 아버지가 사다 준 노브레인(No Brain)의 걸작 [청년폭도맹진가]를 접한 뒤, 모국의 홍대 신을 동경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후의 스토리는 다소 복잡하다. 2007년 마침내 한국에 들어와 '쌈지사운드페스티벌'의 '숨은 고수'에 지원한 검정치마는 아쉽게도 마지막 관문에서 탈락했지만, 조휴일은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1집 작업에 돌입했고, 독특한 방식으로 레코딩을 이어나갔다. 미국 동부에서 서부로 이사를 하던 친구의 차에 동승하는 일종의 '로드 트립'의 와중에 틈틈이 짬을 내서 녹음을 진행한 것이었다. 이후 완성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와 '루비살롱레코드'와 동행을 선택하며 한국에서의 활동에 첫 시작점을 찍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쌓인 음원들은 2008년 11월 [201]이라는 명찰과 함께 대중들에게 공개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은 생각보다 훨씬 급작스럽게 그를 찾아왔다. (몇 곡에서) 한국어로 노래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뉴욕의 인디 록'을 듣는 것 같은 기시감에 국내의 인디 힙스터들이 전폭적인 성원을 보내온 것이다. 바로 그들의 음악을 '에르곤'에게 영감을 주는 '파레르곤' 같다고 말한 이유다. 우리는 어디까지나 지금, 거기에서 생성된 검정치마의 음악적 의미망을 바로 여기, 한국 땅에서 논하고 있는 것이니까.
또한 검정치마의 음악은 과거의 교포 출신 뮤지션들과는 그 감성의 코드가 확연히 달랐다는 점에서 특별했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마이너리티적이었던 선배들과는 달리 그런 류의 감수성이 전연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바로 이 점, 이른바 힙스터스러운 뉘앙스를 풍겼다는 것은 검정치마가 성공의 광맥을 파헤치는데 있어 결정적인 키워드의 역할을 해줬다. 정리하자면 동시대성의 환기와 체험. 박물관도 아니고, 도서관도 아니며, 전시회도 아닌, 현재진행형의 사운드트랙.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위대한 음악은 아직 듣지 못한 음악이라는 믿음. 그리고 이어지는 2집에 대한 기대.
예상대로 검정치마의 이번 2집은 1집의 성취를 가볍게 뛰어넘는, 2011년의 걸작 중에 하나로서 손색이 없다.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앨범답게 파도소리로 잔잔하게 문을 여는 이 음반은 지난 몇 년 간 조휴일이라는 뮤지션이 또 다시 성장했다는 결과물로서 강력함과 동시에 검정치마의 음악이 이제는 파레르곤과 에르곤을 통섭하는, '하나의 완전체'로서 스스로를 중심 잡았음을 역설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국제적인 감각의 지역화를 뛰어넘어 그 둘 모두를 아우르는, 그 어떤 새로운 감각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변과 본질 사이의 경계가 마침내는 무너진 뒤, 하나로 수렴되어 통합되는 황홀한 순간.
다채로워진 장르가 우선 이를 명증한다. 음악평론가 김작가의 평처럼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부터 2000년대 얼트 컨트리까지를 포괄하는" 이 음반은 조휴일이 창조를 위한 밑거름으로서 그간 얼마나 다양한 음악을 접해왔는지를 우선 대변해준다. 전체적으로 여유롭고 편안해졌지만, 그 총기는 전혀 퇴색하지 않아 곳곳에서 팝적인 센스가 번뜩인다. 파도소리에 이어 컨트리적인 어쿠스틱 기타로 진행하다가 별안간 비치 보이스풍의 풍성한 하모니로 전환하는 첫 곡 '이별노래'와 징징거리는 기타 리프를 통해 '지금 그 쪽'에서 한창인 인디 록을 시범하는 '무임승차' 등, 초반부만 들어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첫 싱글로 내정된 'Love Shine'은 무심한 듯 내뱉는 특유의 보컬과 섬세한 멜로디가 동거하는 노래. 코스모폴리탄으로서의 삶을 상징하는 듯 보이는 가사와 영롱한 곡 분위기가 은은한 압권을 형성하고 있는 이 러브 송은 격렬한 감정 과잉만이 최선인 줄 아는, 기존 관념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더없이 훌륭한 롤 모델을 제시해준다.
여기서 잠깐, 'Love Shine'의 노랫말과 앨범의 간판을 함께 숙고해봐야 할 필요성을 던져본다. "내일이면 나를 버릴 사람들, 걱정하는 게 아니에요. 내일이면 난 다시 바다 건너에, 홀로 남을 그대는 괜찮나요."라는 곡의 가사와 "그대여, 걱정 말아요. 나는 단지 헤엄치고 있는 것뿐이에요"라며 고백하는 음반의 제목. 이 지점에서 조휴일이 '한국에서 중요한 인연을 만났다'라고 단언하는 것은 말 그대로 단면적인 해석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었고, 무언가 확정할 수 없는 대상을 향해 자신의 음악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도의 짐작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지는 '외아들'에서 그 짐작은 어느 정도의 확신으로 변한다. 이건 누가 들어도, '한국 사회를 향한 신랄한 풍자'니까.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언제부턴가 내 주위엔 형제가 많네. 나는 외아들인데"라는 식의 가사를 이토록 경쾌한 리듬으로 실어 나를 수 있는 것인지, 그 날선 감각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후반부의 자연스러운 템포 변화와 입에 딱딱 붙는 쫄깃한 단어의 퍼레이드까지, 'Love Shine'과 함께 앨범의 봉우리를 형성하는 트랙이다.
클래식한 어쿠스틱 발라드 'International Love Song'으로 분위기는 전환된다. 가사만 조금씩 바뀔 뿐이지 'I Wanna Be With You'를 반복하고 있는 이 노래는 아마도 조휴일이 쓴 가장 로맨틱한 곡일 것이다. 이 외에 드라이브감을 멋지게 살린 기타 리프와 일렉트로닉 효과음의 앙상블이 돋보이는 '날씨', 서정적인 소리샘과 냉소적인 노랫말의 온도차가 묘한 웃음을 자아내는 '아침식사', 발군의 작사능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음악 하는 여자'와 '기사도' 등등, 음반의 봉우리는 여러 곳에 걸쳐서 솟아있다. 그리고는 연결된다.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팠다"라는 스피노자의 잠언을 반대로 바꿔서, '그는 높이 쌓기 위해 넓게 쌓는다.'라고 할까. 간단하게, 전곡이 고루 훌륭하다는 얘기.
2011년 말미에, 모던 록을 넘어 한국대중음악계 전체에서 회자될 '올해의 앨범 후보'다. 각종 스타일을 종횡무진하고, 여기에 고국에서 익힌 '한국적인 그 무엇'마저 섞어낸 이 음반은 1집의 공시성(共時性)에 통시성(通時性)을 부여한, 가히 검정치마 음악세계의 새 좌표라 할 만하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그 둘을 잇는 조휴일이라는 페르소나가 공시적으로 놓여있고, 과거와 미래, 그리고 역시나 그 둘을 잇는 현재라는 시간이 통시적으로 녹아있는 까닭이다.
자연스레 검정치마의 본작 [Don't You Worry Baby (I'm Only Swimming)] 속에서 시간은 앞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시간은 뒤로도 흐른다. 앞뒤로 흐르는 이 시간은 그래서 마침내, 공간이 된다. 그 공간 속에서 자신은 헤엄치고 있을 뿐이라고, 그러니 걱정말라고 조휴일은 전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앞서도 잠깐 언급했듯, 이 전언이 긴급한 조난의 메시지로 들리는 것은 비단 나 혼자 뿐일까. '믿을만한 선원 하나 없이 홀로 물을 가른다'는 첫 곡 '이별노래'의 가사와 재킷의 앞뒤에 그려진 난파의 이미지들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제, 이 메시지를 조만간 받게 될 당신이 응답할 차례다.
- 글, 배순탁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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