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F2008 후일담 # 1

2008.10.23

MF2008이 마무리 됐습니다.
그냥 칼로 무자르듯 하자니 뭔가 허전하여 마련한 후일담 시리즈...
당분간 이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민터 여러분의 관심이 사라질 때 까지~


첫 이야기 ~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

정욱재 (No Reply)

 

 

photo by 지요 ( 무플방지위원회 http://club.cyworld.com/noreply )

해피로봇 레코드가 노리플라이와 처음 계약을 했을 때 여러가지 청사진이 있었겠지만,
가장 기대를 했던 점은 건강+감성에 충만한 우리 시대의 컬리지 뮤직 듀오를 만들어보자였다고 합니다.
언젠가 부터 한국에서는 컬리지 문화, 컬리지 뮤직이 실종됐습니다.
그런 면에서 노 리플라이는 일본의 플립퍼스 기타, 유즈, 기린지, 한국의 전람회, 패닉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멤버들의 생각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모두가 GMF2008로 바쁘던 어느날 노리플라이의 욱재 씨는 스탭들만 만나면 '왜 우리는 GMF2008에
출연 안시켜주냐'며 했던 얘기를 또 하곤 했습니다. 아기처럼 칭얼거리는 욱재 씨를 이해시킨 것이 여러번...
그러던 어느날 욱재 씨가 GMF2008과 관련해서 상의 드릴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출연 얘기를 또 하는구나 긴장하고 있던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전혀 다른 측면의 것이었습니다.
'GMF2008에서 환경 운동을 어떻게 하실 거예요? 제가 활동하고 있는 UNEP와 한번 해보면 어떨까요?'
뜬 구름잡듯 환경 캠페인 생각만 하고 있던 우리들에게 욱재 씨는 환경 운동의 필요에 대한 역설과 더불어
현장에서 간단하게나마 이렇게 저렇게 해보자며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곱단이 폐 필름통과 폐 기타줄을 이용해 손수 만든 휴대용 재털이

그리고, 현장에서의 욱재 씨는 누구누구 처럼 말만 앞서는 사람이 아니라 정말 실천하는 건강한 젊은이였습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하고, 캠페인을 외치고 다니며,
손수 만든 (폐 필름통과 폐 기타줄을 이용한) 휴대용 재털이를 관객들에게 나눠드렸습니다.
그리고, 매일밤 GMF스탭들과 함께 자정이 훨씬 넘어 밝은 얼굴로 집에 귀가하였습니다.  

오픈 스테이지에서라도 노래를 부르고 싶어 가져온 기타를 전혀 꺼내보지도 못했지만,
어떤 아티스트처럼 대기실에서 대접이 소홀하다며 칭얼거려 보지도 못했지만,
기사 한줄 내기 위해 시늉하는 일부 연예인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아니었지만,

욱재 씨는 GMF2008에서 아티스트로써 가장 가장 빛나는 모습과 행동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후 여기저기 널부러진 쓰레기들을 바라보며 가슴은 아펐지만, 어느 페스티벌 보다도 쓰레기 양이
적었던 이유는 욱재 씨와 UNEP 회원분들의 크나큰 노고 때문이었다는 생각입니다.  
오히려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저희의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부분을 생각할께요)  

누구보다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고 싶었던 욱재 씨, 하지만 그가 묵묵히 실천한 행동 하나하나는 GMF2008
최고로 빛나는 주인공이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건강+감성에 실천이라는 덕목을 하나 더 가지고
있는 욱재 씨야말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진정한 컬리지 뮤직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욱재, 곱단씨, 노리플라이 만쉐이~